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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촬영팁

아이를 찍을 땐, 최대한 끝까지 기다리세요.

by 소소한컷 나비 2020. 4. 23.

 

  인물 사진을 찍을 때 보통 몇 장을 찍으시나요? 

 

  전 " 최대한 끝까지. "라고 대답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인물을 찍을 땐,

  콘셉트 촬영이나 명확한 주제가 있는 촬영이 아닌 이상, 사실 최대한 많이 찍어 양적인 부분을 확보해 놓으려 노력합니다. 프로 작가가 아니라서 양으로 승부하려는 부분도 있겠지요. ㅎㅎ 하지만 그 이유 말고 더 큰 이유는, 피사체의 표정과 행동 변화 때문입니다. 

 

  아래의 사진들은 딸이 밥 한 숟가락을 입에 집어넣는 순간을 찍은 7장의 사진입니다. 첫 번째 컷을 입 바로 앞에서 시작했고 마지막 사진까지 가도 입 안에 아직 숟가락이 있으니, 아마 1초~3초 사이의 사진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7장의 사진 중 어떤 사진을 베스트로 꼽으시겠어요? 

  여러장을 겹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는 결국 단 한 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7 장의 사진 중 단 한 장만 기록으로 머릿속에 남는 것이죠. 

 

 

 

  짧은 시간이지만 표정과 손의 변화가 다양하네요. 마지막 사진은 순간적으로 가로로 바꿔보기까지 했네요. 사진은 세로 구도가 좋은 사진이 있고 가로 구도가 좋은 사진이 있습니다. 아래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 사진은 가로 사진보다 앞의 세로사진 구도가 훨씬 낫네요. 

 

  바로 이런 이유로 여러 장을 '최대한 끝까지' 찍는 것입니다. 

  인물의 변화하는 표정과 행동 중 베스트를 고르기 위해서지요. 여기서 말하는 '끝까지' 라는 것은 포착하려고 하는 순간을 지나서 좀 더 방심할 때까지 입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숟가락을 뺄 때까지 계속 찍어보는 것이죠. 

 

  개개인의 취향이 모두 다르니, 7 장 중의 베스트는 아마도 각각 다르겠지요?

  그럼, 제가 골라본 사진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카메라랑 눈이 살짝 마주쳤네요.

  피사체와 아이컨텍으로 사진을 찍으면, 여러분이 지금 느끼시는 것처럼!!! 자기도 모르게 관찰자(사진을 보는)가 사진 속 피사체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입 속에 들어가는 밥도 적절한 타이밍에 찍혔네요. 

 

 

  밥이 이미 너무 많이 들어갔네요.

  밥이 얼마나 많았는지, 입을 얼마나 크게 벌렸는지 결과물 한 장만 보는 관찰자는 알 수 없지요.  

 

 

  밥도 너무 많이 들어갔고, 시선도 너무 아래로 내려가 어설프게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리송? 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이 사진 한 장만 본다면 초점도 잘 맞고, 표정도 아이답게 귀엽지만 제가 원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보통은 이 사진, 또는 바로 위의 '아리송' 사진부터 찍지 않게 되지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 한두 장 더 찍어볼까, 하고 찍어봅니다. 

 

 

  구도도 바꿔봤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 사진은 세로 구도가 더 낫네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구도만으로도 설명하겠지만 간단히 이 사진만으로 설명드리자면,

 

  1. 앞에 있던 물컵과 밥이 사라지면서 정보가 부족하게 됐습니다. 

  2. 구도가 넓어지면서 시선이 분산되어 뒷배경까지 시선이 흐트러집니다. 

  3. 마찬가지로 구도가 넓어져, 오른쪽 다른 인물의 팔이 보여 또 시선이 흩어지네요. 

 

 

BEST!!!

  앞서 찍혔던 B컷도 아깝지만, 아이컨텍이 되지 않아 '무념무상의 하정우 먹방'처럼 보이는 이 사진이 제겐 베스트네요. ㅎㅎ

 

  인물 사진을 찍을 때,

  특히 아이 사진을 찍을 때는, 이렇게 길게 여러 장을 찍어보세요.

  찍을 땐 그게 그것 같은 사진들이지만, 표정 변화 속에서 빛나는

  단 한 장의 보석 같은 사진을 건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