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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촬영팁

어깨너머 봐서 더 집중되는, 숄더샷 촬영기법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14.

 

 

어깨너머로 힐끗, 더 집중되는

' 숄더 샷 '

 

 

 

  내가 찍은 사진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라는 건 어떤 것이 되었든 결과적으로 지나가던 이의 시선을 끄는 것에 성공한 방법이라는 것이지요. 간단하게 생각해서 사진 속 인물이 예쁘거나, 인물이 독특한 옷을 입고 있거나, 압도적인 풍경이거나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러한 방법들은 소재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인물이 절세미인일 수 없고 내가 찍는 모든 풍경이 주목할 만한 절경일 수도 없지요. 매번의 사진 촬영 결과물이 작품이 되려면 프로 사진작가가 아닌 이상 에너지 소모가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서, 설마 주변에 늘 연예인이 있고, 365일 여행하는 여행사진작가는 아니시겠죠.

 

 

 

 

  지난번 글에서 소개드렸던 '엣지 샷'과 자주 함께 거론되는 촬영기법이 있습니다. 바로 '숄더 샷' 기법입니다. 

  숄더 샷(shourder shot)은 글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어깨너머로 힐끗 보는 듯한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말합니다. 위 두 장의 사진처럼 말이죠. 다시 위 두 장의 사진을 가만히 집중해서 봐주세요.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우선, 현장감이 듭니다.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내가 이 장면을 직접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지요. 이 때문에 동시에 사진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첫 번째 파란 재킷의 인물사진(지난 4월 선거유세 중인 고민정 국회의원님)을 보면 시선 안에 들어오는 대부분이 아웃포커싱 되면서, 명확하게 초점이 맞은 인물의 얼굴에만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됩니다. 시선을 흩트리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카메라 앞쪽 할아버지의 시선을 나도 모르게 따라가 가게의 글자를 보게 되지요. 사진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했다는 뜻입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사진과 구성 자체가 달라서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 응? 초점이 안 맞은 인물이 카메라 앞을 가리고 있는데, 이 사진을 왜 안 버렸지? ' 하고 의아해하기도 하겠지요. 즉, 사진을 보는 이가 무의식 중에 의외성을 감지하고 사진을 한 번 더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성공입니다. 

  사진 속 인물이 특별하지도(앗! 예시 사진이 너.. 너무 유명한 인물이네요 ㅜㅜ;;),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경이지도 않은데 우리가 찍은 사진을 다른 누군가가 가만히 들여다보게 했으니까요. 단 1초라도 말입니다.

 

 

 

 

  이 '숄더 샷' 촬영기법은 영화에서 시작된 용어입니다. 

  다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던 장면일 거예요. 주인공이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런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는 상대방 인물의 뿌연 어깨를 보셨을 겁니다. 카메라 앵글을 가린 채 주인공의 이야기를 듣는 인물의 '어깨' 혹은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의식 중에 현장감, 감정이입, 몰입도 상승 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쓰이던 촬영기법이 언젠가부터 사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어 하나의 사진 촬영 기법처럼 변하게 되었습니다. 

 

 

 

 

 

  위 두 장의 사진은 숄더 샷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숄더'를 가진 인물이 화면을 가리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ㅎ 명확한 숄더 샷을 찍을 때도 있지만, 전 보통 위의 사진들처럼 '응용'해서 사진을 찍곤 합니다. 

 

  첫 번째 단풍사진에서 저는 '가녀린 단풍과 그 그림자'를 집중도 높게 찍고 싶었습니다. 집중도를 높이려면 배경을 정리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요. 그래서 위쪽의 단풍 가지를 살짝 당겨 일부러 카메라 앵글 앞을 슬쩍 가렸습니다. 자연스럽게 화면 위쪽이 정리되어 단풍과 그림자에 시선이 머물게 됐습니다. 붉게 물든 단풍색이 화면 자체를 함께 물들여 준 건 덤이지요. :)

 

  두 번째 사진은 더 찍기 쉽습니다. 떨어진 동백꽃 송이를 한참 쳐다보는 아이의 시선으로 함께 들여다보고 싶어서, 일부러 아이의 어깨와 머리의 일부를 넣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이도 아이의 시선을 따라 동백꽃을 집중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이런 사진으로도 활용하게 됩니다.

  인물을 일부러 풍경의 뒤쪽으로 배치해서 은근히 숨어서 보는 듯한 효과를 주지요. 관찰자의 시선을 흐트러지게 하는 배경 정리의 효과도 커서 당연히 사진 속 인물에 집중하게 됩니다. 

  

  사진이 단순해질수록 몰입도는 배가 됩니다. 

 

 

  끝으로, '숄더 샷으로 찍으면 초점 맞은 인물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설명을 하기 위해 인물의 얼굴이 필수적으로 보여야 했습니다(일명 얼빡 샷?!). 초상권이 있는 일반인 사진을 예로 들 수 없어, 제 사진 폴더 속 고민정 의원님과 박병권 박사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두 분 모두 지인(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는)이라 초상권 문제는 없겠지만, 혹시나 이 포스팅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면 아, 문제가 생겼구나 하고 조용히 잊어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