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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촬영팁

빼기의 미학, 부분만 가까이 촬영하기

by 소소한컷 나비 2020. 5. 31.

 

가까이 더 가까이

부분 촬영의 매력

 

 

 

 

  사진을 찍다 보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집니다. 내 연인의 예쁜 얼굴도 넣어야겠고, 예쁜 옷차림도 넣어야겠고,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의 멋진 풍경도 넣어야겠고요. 그러다 보면 한 장의 사진이 너무 많은 말을 하기 일쑤입니다. 모든 것을 넣자니 앵글을 넓게 잡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넣고 싶지 않은 요소들도 같이 찍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럴 땐 사물에게 가까이 다가가세요. 

  예전 게시물 중, 특별한 인물사진을 찍고 싶을 때 '손'을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보자고 쓴 글이 있습니다. 그때 말씀드렸듯, 사람의 손은 의외로 정말 많은 말을 하고 표현을 하거든요. 그래서 지인의 손을 가까이 클로우즈업 해서 촬영해보자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너무 많은 것을 사진 속에 담으면 되려 사진을 보는 이가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사람의 말을 듣고 있으면 핵심을 알 수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핵심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단어를 간결하게 쓰는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사진도 최소한의 말만 할 때 더욱 마음에 와닿기 쉬워요. 

 

 

동탄 식물카페 <피오레>

 

 

 

 

  이렇게 일부분만 보여주는 사진은 역시 풍경사진에서 빛을 발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물사진보다 풍경사진을 찍을 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는 경향이 크거든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많은 것을 담으면 그만큼 시선이 분산되고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벛나무를 봤다면 일단 전체 장면을 찍으세요. 

  그리고 좀더 다가가서 오글오글 모여 핀 벚꽃들을 찍으세요.

  그리고 또 좀더 다가가서 벚꽃 한 송이, 한 잎, 벚꽃 하나의 그림자까지 담아보세요. 

 

  빼고, 빼고, 또 빼면서 끝까지 남는 것만 남겨보는 겁니다. 

  찍었는데 풍경사진 같지 않다고요? 당연하지요. 단 하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잘 찍힌 풍경사진은 마치 한 장의 아름다운 인물사진 같거든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모두들 에펠탑의 전체 모습이 담긴 단 한 장의 사진만 남겼을 때, 나는 에펠탑의 견고한 철골 다리 한 장과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뾰족 솟은 에펠탑의 꼭대기만 찍은 사진도 남겼다는 것입니다. 

 

 

 

 

 

제주 사려니숲 

 

 

  이러한 덜어내기, 극단적인 부분촬영 방법은 인물사진 촬영에서는 조금 어렵습니다. 상상해보세요. 손톱 조금, 발만 조금, 입술만 조금, 목을 잘라서 얼굴만 덜렁.(ㄷㄷㄷ 죄, 죄송해요.)

  그런데 기괴하긴 하지만, 사실 위와 같이 찍은 사진을 실제로 봤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마 보자마자 여러분 뇌리에 박힐 것입니다. 물론 너무나 흉물스럽거나 무서울 수 있다는 건 어쩔 수 없겠네요.

 

  그럼 대체 어떻게 인물사진에 활용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을 봤을 때 제일 먼저 시선이 갔던 부분을 찍는 것입니다.

  갓난아기의 작고 여린 손가락, 아이의 머리를 소중히 감싼 엄마의 손, 빼곡한 나무틈 사이로 보이는 웨딩드레스 자락, 초록 이끼 숲과 강렬히 대비되는 붉은 옷깃. 여러분 개개인은 모두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사람의 시선을 끄는 심리적 요인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내가 본 걸, 옆에 있는 내 친구도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역시나 얼만큼 가까이 다가가서 찍었느냐가 관건이 되겠네요. 전문 포토그래퍼가 아닌 일반인이 인물사진을 찍을 때, 친한 사람을 더욱 찍기 쉬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친할수록 가까이 다가가기 쉽고 그만큼 가까이 찍어도 부담스러운 표정이나 몸짓이 나오지 않거든요. 

 

 

 

 

동탄 카페 <미구스타>

 

  문득 본 풍경의 일부분만 촬영해보세요. 

  의미없이 다가가는 것 말고, 나에게만이라도 의미가 담긴 부분이면 더욱 좋습니다.

  5월 나뭇잎의 연둣빛 잎, 내 아이의 달콤하고 따뜻한 손 끝, 무심히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의 끝 조각. 

 

  5월 마지막 날이네요. 초록빛 6월 사진으로 내일 또 뵐게요. :)

 

 

 

동탄 카페 <미구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