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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하루/사진여행

서울식물원, 온실 야간 산책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13.

 

서울식물원

추억 속, 온실 야간 산책

 

 

 

  나른한 여름날의 시작입니다. 

 

  작년 여름, '보타닉 서머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마곡 서울식물원에서 야간개장을 진행했습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 나흘간만 진행하는 일정으로 하루에 선착순 500명씩, 총 2,000명만 관람할 수 있었던 특별한 밤이었습니다. 비용은 1인당 3,000원이었는데, 1시간 반 동안 서울식물원 온실만 (야외 주제 정원 미포함) 집중 관람하는 프로그램이었지요. 

 

  한 시간 반이라는 제한 시간이 있고 더운 여름날 온실을 관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거의 몇 분만에 2,000 표가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1인당 4명의 몫까지 함께 예약할 수 있어서 제가 지인들의 표를 후다닥 예약했는데, 주말 표는 아예 포기하고 주중의 표를 바들바들 떨리는 광클로 예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광클의 보람은 굉장히 컸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LED 조명도 너무 좋았지만, 서울식물원의 온실 구조물 자체가 조명 덕을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멋지더라고요. 500명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전혀 바글거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한 시간 반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 온실만 관람하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볼거리가 없어서 시간이 길었다고 후기를 남기는 분들도 간혹 계셨지만 대다수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저와 지인들은 끝~까지 남아 안내원분들의 은근한 재촉까지 받았어요. 정말 볼거리, 찍을 거리가 많았습니다.  

 

 

 

 

 

 

 

  " 도시 식물과 식물 문화를 소개하고 도시의 생태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 식물원 "

  서울 식물원의 개장 취지 문구가 참 와 닿았습니다. 저는 서울 식물원과 많이 떨어진 위치에 살아 이벤트성으로 온실 야간개장만 경험하고 왔지만, 전시 / 도서관 / 체험 / 교육 등 다방면으로 식물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자주 방문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싶지만, 현재는 (어쩌면 당연히 ㅜㅜ) 코로나로 운영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서울식물원 홈페이지에서는 야외 공간을 제외한 다수의 시설을 6월 15일까지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지만 시국이 어지러운 만큼 앞을 알 수가 없네요. 방문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서울식물원의 공식 홈페이지 확인은 필수입니다.  

 

  참, '보타닉'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Botanik. 식물학. 자연.

  찾아보니 이런 뜻이네요. 평생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단어였는데, 뜻을 알고 나니 왜 이렇게 청량감이 드는 걸까요. 어쩐지 건강할 것 같고, 성격은 명랑할 것 같고, 색은 초록색일 것 같은 보타닉, 보타닉, Botanik.

 

 

 

 

 

  

  조명의 색이 부드럽게 계속 변합니다. 256색의 LED 조명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끊임없이 물 흐르듯 변하는 조명만 보고 있어도 너무 즐거웠어요.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변하는 연결과정이 나름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곤 했습니다. 약간 불멍 같았다는요. ㅎㅎ

  자리를 잡고 같은 곳을 계속 바라보며 조명만 찍기도 했어요. 위의 사진들처럼요. 돌이켜보면 동영상으로도 남겨둘걸 싶지만, 그때를 추억하며 상상하는 맛도 있지.

  언제나 상상이 현실을 이깁니다.

 

 

 

 

 

 

 

  여름밤은 조금 깁니다. 

  아, 실제로 여름은 물리적 시간으로 낮이 길고 밤이 짧지요. 하지만 뜨거우면서도 나른한 낮과 달리 여름의 밤 시간은 좀 더 활기차고 화려 해지잖아요. 여름만 되면 다른 계절보다 좀 더 늦게 잠들고 또 좀 더 늦잠을 자는 게, 저의 어설픈 피서법 중 하나인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벌써부터 저의 여름밤은 조금씩 길어지고 있는데, 어떤 계획을 세우기도 힘든 요즘이군요. 어딜 가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은 어려우니, 대부분 작년 사진입니다. 어쩐지 요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글과 사진 같아 마음이 가볍지 않지만, 사진 폴더를 모두 기록해 둔다는 느낌으로 계속 정리하고 있습니다. 

 

 

  친구와의 밤 맥주도 즐거운 수다도 자칫 코로나 전파로 이어질까 걱정스러운 여름입니다.

  어떤 여름으로 기억될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지만, 이 또한 결국 지나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