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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하루/사진여행

순결한 꽃말, 한여름의 연꽃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23.

 

땀뻘뻘 여름꽃

연꽃 

 

 

 

  

  여름날 가만히 그늘에 앉아 있노라면 어디 먼 곳에서 공사장의 규칙적인 기계소리만 들려옵니다.

  삐익, 삐익, 삐익하는 경고음 소리, 두두두 두두두 하는 드릴 소리, 찌이----잉 하는 쇠 자르는 소리.

  더위는 뜨겁고도 무겁게 공간을 누르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그 무게를 이기고 움직이는 건 하릴없이 팔랑거리는 흰나비뿐이에요. 한여름 오후의 2시에서 4시 사이는 그렇게 먼 곳의 공사장 소리만 공기 속에 가득합니다. 

 

  그런 시간에 사진 촬영을 하는 건 정말 곤욕입니다. 

  아무리 사진이 취미인 사람이라도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마냥 즐겁고 신나게만 촬영하기는 쉽지 않아요. 아, 이 정도면 정말 돈 받고 해야겠다, 싶게 프로들만 일할 시간이랄까요. 

 

 

 

 

 

  뜨거운 한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사실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쨍쨍 내리쬐는 묵직한 햇살 아래에서는 그만큼 물도 귀해서 식물이 버티기 힘들어요. 당장 생각나는 몇몇 여름 꽃들은 해바라기, 배롱나무 꽃, 무궁화, 접시꽃 등뿐인데 이 중 정말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꽃은 연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꽃을 찍으려면 한낮에 가면 절대 안되요. 암요, 그늘도 한 줌 없는 연밭에서 한여름 한낮이라니, 사진 찍다가 일사병으로 기절하기 딱 좋습니다. 

 

 

 

 

 

  연꽃은 보통 한밤중에 조명을 이용해 촬영하거나 아침 일찍 촬영합니다. 저는 야간촬영까지 할 만한 욕심은 없어서, 낮에 찍어둔 연꽃사진뿐이네요.

  조명이라든가 볼거리가 잘 조성된 연꽃축제라면, 밤에 데이트 삼아 선선하게 다녀올만 할 듯해요. 보통 6월 마지막 주, 늦어도 7월이 되면 전국적으로 연꽃축제가 시작되지만 아마 올해는 조금 규모를 줄이거나 조용히 지나가겠지요. 

 

 

 

 

 

 

  " 나.. 나비야, 주.. 죽을 것 같아. 제발 그만 찍자.. 헉. "

  " 나도..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시, 십분만 더 찍자. 헉.. 헉.. "

 

  더위에 취약한 제가 연꽃을 한 번 촬영할라치면, 정말 큰 마음먹고 가는 거라서 쉽게 포기가 잘 안됩니다. 정말 어질어질해지기 전까지만 얼른 찍고 빠져야 해요. 

 

  사진이 취미가 되면서 주근깨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모자와 선크림으로 무장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뷰파인더를 제대로 보려면 선글라스도 못 써서 애초에 '우유빛깔 미녀'는 포기했습니다. 다시 태어나야죠 뭐. 휴.

 

 

 

  연꽃의 꽃말은 신성, 청정, 순결이라고 해요.

  아마도 물이 흥건한 진흙밭에서 고고하게 피어오르는 연꽃의 모습을 보고 지은 꽃말이겠죠. 저는 죄다 흑백사진으로 올렸지만 하얗게, 혹은 연한 핑크빛으로 꽃잎을 열고 있는 연꽃을 실제로 보면, 꽃말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참에 알아보니 꽃말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연못의 진흙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꽃을 피워내는, 더럽혀지지 않는 청정함 때문에 불교의 기본 교리에 비유된다고 하네요.

  사람의 마음은 본래 청정하여 비록 나쁜 환경 속에 처해있더라도 그 본성은 절대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게 불교의 기본 교리 중 하나라고 합니다. 

 

 

 

  석가의 탄생 때에도 주변에 연꽃이 만발했었고,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을 때에도 속세의 인간들이 연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진창 속에 있고, 어떤 이는 그 진창을 헤어 나오려 하고, 또 어떤 이는 물 위로 간신히 꽃을 피우려 애를 쓰는 사람처럼 말이에요. 고해를 헤매는 중생의 모습이 연꽃과 같았다고 합니다. 

  참, 곱고 아름다운 비유죠. :)

 

 

 

 

 

  간혹 수련과 헷갈려하는 분도 계신데요, 위 2장의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차이를 분명히 아실 수 있습니다. 

 

  수련(꽃잎이 별같은 컬러사진)은 꽃 자체가 조금 작고 꽃대도 길지 않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잎이 물과 완전히 맞닿아 있다는 것인데, 물에 잠겨도 다시 뜰 수 있도록 잎의 한쪽이 갈라져 있는 것도 수련 잎의 특징입니다. 

  또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잎에 발수성이 없어 물이 묻습니다. 

 

  연꽃은 꽃과 잎 모두 수면에서 많이 올라와 자랍니다. 그리고 잎에 발수성이 있어 물이 묻지않고 또르르 굴러 떨어져요. 

 

 

 

  더워지기 시작하니 이제 연꽃 보겠구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