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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하루/사진여행

무관심하게, 하지만 본심과 초심으로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17.

 

무관심하게,

하지만 초심으로

 

 

  저는 프로 사진작가가 아닙니다. 

  실력으로는 뭐, 살짝 재수 없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보다는 아주 조금 더 잘 찍는 수준이라는 건 스스로 알아요. 하지만 동시에 저보다 훨씬 잘 찍는 사람도 얼마나 까마득히 많은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댓글로 칭찬해주셔도 저는 저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선거에 출마하진 안... 아, 이건 아닌가요? 하하.  

 

  그래서 전 혼자 공부를 많이 합니다. 저의 부족함은 제가 가장 잘 알거든요. 사진학과를 나온 게 아니라서 사진과 학생들이 수업 때 읽는다는 책들도 총총 읽고, 사진에 관한 책은 많이 읽으려 노력합니다. 아니, 순수하게 제가 정말 재미있고 제 취미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공부하는 것이니 '노력'한다고 할 순 없겠네요. 그 노력의 수준도 사진을 업으로 삼는 프로 작가님들에 비하면 아이 장난 같은 수준일 테니까요. 

 

  혼자만의 스승으로 삼은 많고 많은 사진작가 중 '데이비드 두쉬민'이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가 쓴 <프레임 안에서 2>는 그동안 제가 읽었던 '사진 기술' 서적과는 달리, '좋은 사진'이란 건 어떤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가르쳐 준 책이었습니다. 

 

  아래의 글들은 발췌 글이며, 따로 페이지 수를 굳이 밝히진 않았습니다. 

  좋은 글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글이든 좋은 울림을 준다고 믿어요. 편하게 한줄한줄 읽어보시며 여러분의 일상에 대입해보셔도 재미있으실 거예요. 

 

 

 

 

 사진가는 시각적 스토리텔러로서 프레임 안의 모든 요소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은 사진가가 원해서 포함된 것이다. 

 

  사진가는 놓친 작품이 아닌 자신이 창작한 작품에 대해서만 평가받는다. 후회와 자기혐오는 창의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주제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종 평범한 사진가의 스냅샷과 훌륭한 사진가의 작품은 몇 분의 1초 차이로 결정된다. 그것은 순간의 선택과 준비 여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진을 '어떻게' 만들지에 열중하다 보면 '왜'와 '무엇'을 등한시하게 된다. 그 결과,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감정, 깊이, 상징성 그리고 열정이 담겨있지 않은 사진들만 남는다. 

 

  사진을 촬영한 카메라 기종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이다. 

 

 

 

 

  사진의 주제가 강력하고 보편적일수록 사진의 효과도 더 강력하고 보편적이 된다는 점은 과장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수록 스토리는 더 강해진다. 

 

  과도하게 많은 요소들을 담은 사진은 시각적으로 아무것도 전달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활동과 상호 작용일수록 그 장소의 정신을 반영한 사진이 된다. 

 

  집중하고 촬영해야 할 하나의 주제나 정보 혹은 요소를 먼저 선택하면 관찰과 촬영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하나의 관계, 한 사람 혹은 하나의 테마를 선택하고 그것을 시발점으로 삼는다. 

 

 

 

 

  설득력 있는 사진은 사진가 자신이 그 장소에서 받은 느낌을 전달하는 사진이며, 진부함을 넘어 자신만의 느낌을 표현하려면 속도를 늦춰 시간을 들여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통찰력을 가지고 인지해야 한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명백하게 표현하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 섬세한 표현방식을 사용한다. 사진에 자유의 여신상을 포함해야 한다면 숨겨진 세부 요소로 표현하거나, 다른 세부 요소의 작은 대치 요소가 되도록 만든다. "어이! 이것이 뉴욕이야! 알아보겠어? 뉴욕이라고!"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네, 맞아요. 뉴욕이에요."라고 말하는 사진이어야 한다. 

 

 

 

 

  그 문화에 대해 많이 알수록 그러한 기회가 나타났을 때 놓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필자는 사진을 촬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배려심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것은 촬영만 하고 떠나버리는 촬영 방식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속도를 늦추고 차를 나눠 마시며, 질문을 하고, 어색함과 언어 장벽을 더듬거리며 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오늘은 어쩐지 저의 초심, 처음의 마음이 생각나 손꼽아 좋아하는 책을 발췌했습니다.

  위의 사진들은 모두, 지명을 명확히 알 수 없는 제주의 어떤 곳입니다.

 

  지나가다가 찰칵, 이동 중에 그저 시선을 끌어서 찰칵, 그렇게 저의 무의식으로 찍은 제주의 사진들이지요. 오늘은 어떤 포스팅을 할까, 무심히 생각하다가 무심히 찍은, 어쩌면 가장 본심에 가까운 사진들을 올립니다.

 

 

 

제주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