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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하루/카페탐방

제주 남원읍 위미리 카페 <키아스마>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16.

 

제주 남원 위미리 카페 <키아스마>

 

 

  나이가 들면서 확고해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취향입니다. 

  이 옷, 저 옷 실험하며 입어보곤 하지만, 나름 도전했다고 생각하고 산 옷도 결국 " 너 또 비슷한 옷 샀어? " 하는 핀잔을 듣기 일쑤지요. 패션을 정말 즐기는 사람이 아닌 이상, 스타일이라는 건 나이가 들 수록 고착화되는 것 같아요. 물론 수년간 내 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한 결과겠지만 말이에요. 

 

  그곳에 대한 추억이 있거나, 내 취향에 딱 맞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사라지면 그렇게 아쉬울 수 없습니다. 얼마든지 다른 매장에서 사면되는 옷과는 달라요. 다시 내 마음과 딱 맞는 식당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그렇게 또 헤매야 하는 시간이 정말 아까워요. 미용실 원장님 마냥 사장님을 찾아내 따라갈 수도 없고. 흑.

 

  오늘 소개해드릴 카페는 지금은 사라져 다시 찾을 수 없는 곳입니다. 작년 3월 가게 문을 닫으셨으니 벌써 1년이 넘은 기간이네요. 이 글은, 같은 장소는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다시 영업을 하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일종의 사람 찾기(사장님 찾기)와 희망사항이 적당히 버무려진 글이랄까요. 

 

 

 

 

 

  이곳은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카페입니다. 몇 해전부터 제주엔 귤 창고를 개조해 만들어진 몇몇 카페가 유행하던데 아마 이곳도 귤 창고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인테리어는 모던한데, 베이스가 되는 창고 자체에 예스러운 멋이 남아있어 참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공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잘 유지하는 건 아니잖아요. 디자이너가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 줘도 그 속에 두는 소품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는가는 오롯이 공간 주인의 몫이지요. 

  아무도 신경 쓸 것 같지 않은 사소한 소품부터 그 가게의 시그니쳐 음식까지, 모든 스타일이 일맥상통하는 가게가 저는 참말로 좋아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집기와 소품까지 가게의 인테리어에 맞도록 쓰고, 그런 가게에 딱 팔 것 같은 음식만 파는 것이죠. 

 

  가게 앞에 놓인 한 톨의 돌멩이까지 부러 둔 것 같은 곳. 

  제게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 바로 위미리 카페 <키아스마>였습니다. 

 

 

 

 

 

 

  카페 <키아스마>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는 '스피니치 허그'입니다. 돌돌 만 베이컨 안에 시금치와 계란으로 속을 채웠습니다. 전날 과음을 했어도 이건 꼭 먹어야 한다며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키아스마> 사장님을 꼭 다시 뵙고 싶은 이유는 '커피' 때문입니다. 미묘하다면 미묘하고 또 크다고 하면 굉장히 큰, 맛과 향의 차이로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 커피입니다. '맛있는 커피'라는 범주 안에서도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네, 맞아요. <키아스마>의 커피가 정말 좋았습니다.

  제주의 유명한 'ㅇㄷ커피' 보다, 'ㅍㄹ다방'보다 훨씬 제 입에 맞았습니다. 나는 분명히 커피를 마셨는데 어느 순간 입에 녹고 없어요. 잔향도 없습니다. 이 정도면 참치 뱃살급인가, 하며 다시 마셔보는데 일단 머금었을 땐 향이 정말 풍부합니다. 갓 내린 커피로구나, 하는 걸 입에서 코끝까지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삼키면 금방 사라지는 거죠. 바디감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사, 사장님, 대체 어드메 계신가요. 

 

 

 

 

 

 

 

  작년 3월 <키아스마>가 문을 닫으며, 사장님께서 건강상의 이유로 닫는다고 인스타그램에 공지하셨어요. 부디 쾌차하셔서 다시 그 자리에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팬의 바람입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제주 남원 위미리는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관광객이 검색해서 갈 만한 식당도 거의 없어 난감했던 기억도 있는데, 지금은 식당과 카페 모두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너무 빠르게 집이 헐리고 새 카페가 들어서서 반년에 한 번씩 제주를 가는데도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관광객이 제주 위미에 몰려들게 된 이유는 단연코, '위미리 동백군락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12월 중순부터 만개하기 시작해 1월 초반까지 핑크빛으로 물드는 곳이지요. 겨울이 올 때쯤 제주의 동백꽃에 대한 포스팅도 올리겠습니다. (ㅎ 예고가 너무 이르네요. ㅎ 아직 여름 시작인데 말입니다. 헛헛)

 

 

 

  겨울이 아닌, 지금. 롸잇나우. 여름의 초입에 한창 흐드러지게 피어있을 위미리 수국 길도 근처에 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쯤엔 제주에 있을테지만, 올해는 이렇게 야금야금 추억만 빼먹네요. (여차하면 당장 티켓팅 해 버릴까 봐 제주 수국은 검색도 안 하고 있어요. ㅠㅠ)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재 카페 <키아스마>는 완전히 영업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 글은 오로지 소중한 추억을 새겨두기 위한, 저만의 '기록 보관'적 행위입니다. 혹시나 옛 지도라도 달면 헷갈리실까 봐 '위미리 수국길' 지도만 첨부했고요. 글을 잘못 읽고 헛걸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