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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촬영팁

성층권과 아쿠아리움에서 마치 창문이 없는 것처럼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24.

 

창 너머를 깔끔하게

찍고 싶을 때

 

 

 

  문득 창 밖을 바라봅니다. 

  개학을 했지만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와 온종일 함께 있으니 일상이 참 단순해집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아이와 온라인 수업을 듣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비슷한 장소를 산책하곤 합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하루 걸러 매일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요즘은 단순하고도 작은 일상 속에 나를 가두니 스스로의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네요.

 

 

  다른 분의 티스토리를 구경하다가 정약용이 흑산도 유배시절에 썼던 해양 백과사전 <자산어보>에 대한 글을 봤습니다. 잡학 다식하고 무엇이든 정리해서 책으로 엮는 걸 업으로 살았던 정약용. 기나긴 유배기간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를 모으고 집필했지요. 잡학 다식하면서도 편집광이었던 면이 좋아서 지금도 정약용 선생을 참 좋아합니다. 

 

  어쩌면 내가 지금 유배를 온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올해도 반토막이 났네요. 그동안, 이렇게 제가 집 주위만 뱅뱅 도는 동안 시간은 꾸준히도 흘러갔습니다.  

 

 

 

 

  ' 오, 그럼 오늘은 창 너머 풍경을 찍는 팁을 써 볼까나. '

 

  의식의 흐름도 참 단순해졌지요. ㅋ 매일의 포스팅 주제가 주 관심사라서, 뭔가 글 소재가 나타나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네요. 유배된 것 같은 기분이지만 이 기분 그대로 저도 정약용처럼 글이나 많이 쌓죠 뭐.

  별 수 없을 땐, 그 시점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즐거운 일을 찾는 게 제격입니다. 

  우울할 뻔했던 마음을 훌훌 털고,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씁니다. 

 

 

 

 

 

  가장 먼저 비행기 창문이 생각났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보는 일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든 긴 여행의 끝이든, 기내의 작디작은 창문이 주는 두근거림은 참 색다르지요. 

 

  비행기에 타게 되면 대부분 창 밖의 풍경만 담게 되곤 하는데요, 이때 비행기 내부의 공간을 조금 더 함께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저 창 밖의 구름이나 일출, 비행기의 날개 끝을 찍는 것보다 색다른 사진을 남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여백을 남기게 되어서 공간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성층권 맛집

 

  물론 창 밖의 멋진 풍경도 안 찍을 순 없습니다. 

  일몰과 일출 때의 오묘한 색감은 역시 성층권에서 찍어야 제맛이죠! 흐흐. 성층권은 색감 맛집.

 

 

 

덕수궁 석조전

 

  위 두 장의 사진이 뿌옇게 보이는 이유도 당연히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찍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기내 창문으로 내려다본 제주, 두 번째 사진은 창문 안쪽의 모습을 찍은 덕수궁 석조전 내부의 모습입니다. 

  창 너머의 풍경을 찍었을 때 뿌옇게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창문 자체가 더러워져 있을 때(하지만 나의 반대편 창문이라 닦아낼 수 없을 때), 창의 두께가 많이 두껍거나 창이 몇 겹씩 겹쳐져 있을 때, 창에 반사되는 빛이 너무 밝을 때, 대기 자체에 먼지가 많을 때 등등 촬영자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 두 장의 사진도 최대한 선명하게 찍으려고 노력했지만 원하는 만큼의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지요. 하지만 두 번째 사진의 경우엔 어쩐지 멋스럽고 은은한 느낌이 들어 버리지 않았던 사진입니다. 

 

 

롯데 아쿠아리움

 

롯데 아쿠아리움

 

  반사되는 빛도 없고, 촬영자가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쿠아리움입니다. 

 

  자, 이제야 나오는 소소한 팁!

  바로 ' 렌즈를 창문에 밀착시켜 버리기 '입니다. 

 

  DSLR도, 핸드폰 카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문에 반사되는 빛이 거의 없는 곳을 찾아 렌즈를 수족관 창에 90도로 밀착시킵니다. 그럼 더더욱 새어 들어가는 빛이 없어져서 반사체가 사라지고, 마치 사이에 창문이 없는 것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다면, 촬영 모드를 좀 더 어둡게 찍도록 설정하면 좋습니다. 

  핸드폰의 경우 '프로' 조작 모드로 이동하면, '+/-'를 이용해 밝기를 조절하실 수 있어요. 

 

 

 

  위의 사진은 렌즈를 창에 밀착시키지 않고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사진들과의 차이가 느껴지시지요. :)

 

  이렇게 수족관의 물방울을 함께 찍고 싶다거나, 피사체(펭귄)가 너무 유리 가까이에 다가오면 조금 떨어져서 촬영하면 됩니다. 

 

 

덕수궁 석조전

 

 

  그렇다면 반사된 빛이나 사물이 화면 안에 들어가면 무조건 망한 사진이 되는 걸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의도를 넣거나, 보기 좋은 사진으로 만들어야겠지요. 

  

  위 두 장의 사진 중 첫 번째 사진은, 덕수궁의 내부 사진을 창 밖에서 열심히 찍고 있는데 어느새 제 뒤쪽의 현대식 빌딩이 반사되어 보이는 겁니다. 렌즈를 창문에 밀착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반사체가 보인 것인데, 옛 것과 현대의 대조처럼 보여서 그대로 촬영했습니다. 

 

  두 번째 사진도 촬영자인 제가 밖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작은 정원이 있는 카페 밖에서 내부의 지인들을 찍는데, 제 뒤의 초록잎들이 창에 반사되어 함께 찍혔습니다. 장난스럽게 찍은 사진이었는데 결과물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었어요. 

 

 

 

  아쿠아리움이나 기내에서 활용해보기 좋은 팁이었습니다. 

  오늘도 저의 소소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곡 서울식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