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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촬영팁

내 아이를 기록하는 법 < 미라이짱 >처럼.

by 소소한컷 나비 2020. 6. 29.

 

 

내 아이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법

< 미라이짱 >

 

 

  오래전 한 책을 만났습니다. 

  친구의 딸이 너무 예뻐서 한 달에 일주일 정도씩 그 집에 머물며 약 1년 간 촬영한 책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제가 임신 기간 즈음 만난 <미라이짱>. 

 

 

출처 : 예스24 <미라이짱> 책 표지

 

 

  지금이야 한국에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미라이짱이지만, 그땐 일본에서도 출판된 지 얼마되지 않은 책이라 직수입까지 해서 몇 주에 걸쳐 손에 넣을 수 있었어요. (되게 옛날 사람 같네-_ -;;) 아무튼 출판되자마자 일본에서 큰 상도 받고 유명해졌는데, 그걸 제가 우연히 본 거죠. 

 

  " 그래, 이거야! 난 내 딸의 예쁜 모습도 담겠지만, 웃긴 표정도 꼭 담을거야. 그것도 쓸 때 없이 고퀄리티로! "

 

 

일명 해바라기 (요즘에도 함)

 

너머져쪄! 우엥

 

 

  그때부터 시도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어요.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딸아이는 여전히 제 사진 실력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입니다.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당해낼 수가 없잖아요. 전 8년의 기간 동안 계속 딸아이를, 주변의 인물을 찍어왔습니다.

 

  아이 손이 닿지 않는 옷장 깊숙한 상자 안에 두는 게 아니라, 언제나 손에 잘 닿는 곳에 아무렇게나 둬요. 덕분에 8살 딸아이도 반셔터(노출고정)를 잡을 줄 알고, 저희 부부 모습도 가끔 찍어줍니다. 3킬로 가까이 되는 카메라 무게라서 찍히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지만요. 

  지금 보니 카메라도 상처가 많이 났네요. 마구 가방에 넣고 다니고, 렌즈캡도 늘 빼고 다니고요. 언제나 바로 찍을 수 있게 ON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카메라를 고이 보관하고 계시는 분들도 얼른 꺼내서 마구 쓰셨으면 좋겠어요. 아끼면 안되요. 아끼고 감추면 실력은 제자리입니다. 성장하지 못해요. 

 

 

4살의 세배

 

봉두난발

 

  더 나아가 자기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줘야 합니다. 블로그든, 인스타그램이든, 페이스북이든 말이죠. 불특정 다수에게 사진을 보여줘야 신기하게도 사진이 늘어요. 

 

  전 코로나 직전까지 동네의 아이엄마들끼리 모인 작은 사진동호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모임은 유효하지만 코로나로 잠시 쉬고 있네요. 어쨌든 이 모임에서 지난 4년 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진 공부도 하며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습니다. 찍은 사진은 모임의 밴드에 올려 서로 자랑도 하고요. 

  어떤 날은 보여주기 싫은 사진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잊어도 좋을 만한 추억이란 없는 게 아닐까 싶네요. 

 

 

첫 노래방 어리둥절 악어떼

 

 

  " 글도 사람처럼 혼자서만, 사적인 공간에서만 쓰면 성장할 수 없다. 글도 사람이랑 똑같다. 세상에 나와 부딪히고 넘어져야 글도 성장한다. 블로그에 일기를 한 장 쓰고 비밀글로 처리하면 글이 안 는다. "

  - <채널 예스>, 은유

 

 

쌍쌍바 부심

 

간지럽고 무거운 모자같으니라구

 

 

  사진집 <미라이짱>은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입니다.

  사진집 속 주인공인 츠바키는 촬영당시 4살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사진집이 풍기는 분위기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츠바키는 큰 눈망울에 하얀 피부, 추운 지방에 사는지 볼은 언제나 빨갛게 상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츠바키의 집이 굉장히 독특해요. 한 50~60년 전의 낡고 정신없는 가정집처럼 보이는데, 실제 촬영은 2000년 대 후반입니다. 

  '미래에서 온 아이'가 아니라 마치 '과거에서 온 아이' 같아요. 제목부터 참 기묘한 책이지요. 

 

  저작권의 우려로 이곳에 사진을 퍼오지는 못했지만, 아마 검색을 통해 사진을 보자마자 ' 아, 이 아이?! ' 하실 거예요. 그리고 저처럼 아이가 있는 분이시라면 저와 똑같이 욕심나실 거예요.

  " 그래! 나도 이렇게 찍어 봐야지! "  

 

 

크허어어어~~~~품

 

깐 달걀

 

 

  꼭 아이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가 늘 찍을 수 있고, 내가 가장 관심이 가고, 애착을 가지는 사람 또는 사물을 꾸준히 기록해보세요. 분명히 어느 순간 전문가의 반열에 한 발가락쯤 걸치게 되실 거예요. 저처럼요.

  그리고 공개하세요. 사람들에게 꾸준히 보여주세요. 초반의 결과물은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조차 풋풋한 발자취의 시작으로 기록될 거예요. 시행착오가 없는 성공은 있을 수가 없지요. 

 

 

크왕, 어린 여자 하정우